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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을 가르는 무인 선박, 현주소는?

2025.02.25

1900년대 초반부터 SF영화에 무인 운송수단이 종종 등장해왔다. 스스로 작동하거나 원격으로 조종되는 모빌리티는 미래를 그리는 영화의 오랜 단골 소재였지만, 현실화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은 자동차를 비롯해 선박, 항공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자율 운항 또는 주행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지, 판단, 제어 기술이 사용된다는 점은 공통적이나, 동역학과 운전환경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이동수단별 기술 개발의 난이도가 달라지게 된다.

선박은 자동차·항공기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제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해류, 파도, 바람 등 외부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제어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상업용, 레저용 선박뿐 아니라 군함에서도 자율운항, 더 나아가 무인 선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와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무인 선박 – 대형 상선에서 레저용 보트에 이르기까지

소수의 인력으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나 항공기와는 달리, 20~30명의 선원이 승선하는 상업용 선박의 경우 자동화가 필요한 운항 기술의 범위가 넓어진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기업인 아비커스는 2020년 4월 대형 상선에 탑재되는 항해보조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항해보조 시스템은 HD현대가 축적한 선박 조종제어 기술, 충돌회피 기술, 최적경로 계획 기술 등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아비커스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2022년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운항 기술을 통한 대형 선박의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아비커스는 이를 바탕으로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를 하는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파도, 해류, 바람과 선박의 도착시간을 고려한다.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는 엔진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자동으로 실행함으로써 기존 일정한 속도로 운전하는 것에 비해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좋아서 프로펠러에 하중이 적을 때는 빨리 달리고 하중이 많을 때는 과속을 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도착시간을 맞추고 연료소모를 줄이는 원리다.

하이나스 컨트롤은 연료절감 뿐 아니라 항로 최적화, 충돌회피 등의 핵심기능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판단 기술을 활용해 항해사가 놓칠 수 있는 위험요소를 탐지하고 안전한 항로를 제안함으로써 선박의 운항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아비커스는 현재까지 하이나스 컨트롤을 200척 이상 수주했으며, 20척 이상의 선박에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선원이 선박에 탑승하지 않고 원격 제어가 가능한 자율운항 3단계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복잡한 해상 교통상황과 다양한 기상조건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비상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나스 내비게이션(HiNAS Navigation) 실행화면


하이나스 SVM(HiNAS SVM) 실행화면

또, 아비커스는 2022년 9월 레저보트를 위한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뉴보트(NeuBoat)’를 개발, 초보자도 쉽게 보트를 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보트 정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접안 기능을 제공한다.

아비커스는 뉴보트에 이어 2023년 9월 '뉴보트 도크(NeuBoat Dock)'를 출시했다. 글로벌 보트 전장업체 레이마린(Raymarine)과 협업해 개발한 '뉴보트 도크'는 총 6대의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충돌회피 및 접안지원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레저보트를 위한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뉴보트(NeuBoat)'. ,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4에서 본상 수상

하이나스 및 뉴보트는 선박의 종류·선형에 관계없이 적용이 가능하나, 선박 크기에 따라 센서 개수 및 설치 위치가 달라진다. 또한 선종·선형에 따라 선박의 동역학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스템 설치 후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파라미터를 최적화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유령함대(Ghost Fleet)’, 무인 수상정과 무인 잠수정

수상에서 수중에 이르기까지, 해양 무인 체계가 미래 해양전의 신개념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군함에 무인화 기술을 적용, 일명 ‘유령함대’를 운용해 전투력을 높이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도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 유무인 전력을 통합운용하는 이른바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 전투체계를 계획, 무인함정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은 해군이 발주한 ‘함탑재 무인수상정(Unmanned Surface Vehicle, USV) 개념설계 사업’을 2024년 3월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5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지능 엑스포(AI EXPO for National Competitiveness)’에서 AI 기반 무인수상정 모형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HD현대중공업이 소개한 무인수상정 ‘테네브리스’는 라틴어로 ‘어둠’이라는 뜻으로 은밀하게 적진 인근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테네브리스는 경하중량 14톤, 전장 17m 규모로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와 공동개발 중이다.

특히, 테네브리스에는 HD현대중공업의 자율운항 및 함정 통합관리 시스템과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을 통한 미션 오토노미(Mission Autonomy, AI 기반 임무 자율화)등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AI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과 팔란티어가 공동 개발중인 AI기반 무인수상정 '테네브리스'


HD현대중공업은 무인잠수정(Unmanned Underwater Vehicle, UUV)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5월 산업용 조명•전기•전자 부문의 글로벌 기업인 대양전기공업과 손잡고 ‘수출형 무인잠수정 공동 기술개발 협약(MOA)’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수출용 2,300톤급 잠수함(모델명: HDS-2300)


무인잠수정은 수중에서의 정찰 및 감시, 기뢰 탐색 및 제거, 해양 환경 자료수집, 대잠전 임무 등을 수행한다. 기존 개발된 무인잠수정은 안정적인 해상 환경에서 정찰 및 탐색 등의 제한적 작전만 수행할 수 있어 유인잠수정의 임무 수행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축적된 기술과 특정 임무 수행 모듈 개발 능력을 통해 기존의 무인잠수정과 차별화된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